천연 향기 브랜드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생명력의 정수가 담긴 자연의 향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최소한의 자연을 빌어 최대한의 치유력과 사유를 이끌어냄으로써 일상적 혁명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다품종 대량생산과 현혹적인 마케팅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자본주의식 브랜드 운영 방식을 무엇보다 지양합니다. 브랜드의 이름으로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를 자연의 향기에 실어, 지친 현대인이 오늘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내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브랜드 철학

[전체론적 자연주의]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이야기하는 ‘전체론적 자연주의(Holistic Naturalism)’는 자연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대상으로, 지배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상정합니다. 오직 자연에서 얻은 에센셜 오일과 플라워 앱솔루트만을 만을 향료로 사용하는 리추얼 스프레이와 리추얼 캔들 두 가지로 품목을 한정하며, 일상의 영역을 향기롭게 하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만큼의 자연을 빌어 최대한의 가치를 담아냅니다.

[제로 웨이스트]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자연이 전하는 치유의 에너지에 대한 고마움을 썩지 않는 쓰레기로 돌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미니멀한 브랜드 운영 방식을 고수하며 제품 용기으로부터 패키징, 운송 과정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분명한 방향성과 엄격한 정책에는 큰 비용이 요구되지만,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현대 인류가 거시적 비판의식 없이 경제적 효율만을 앞세워 온 탓에 지구와 이 땅의 모든 생명체가 오늘과 같은 심각한 열병을 앓게 된 것임을 상기하며 천연 향기 브랜드로써의 무거운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유의 향기]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감각하는 향기를 도구 삼아 ‘사유’로 매혹의 영역을 확장합니다. 역사와 철학, 음악과 미술,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융합 프로젝트와 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무브먼트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정체성의 문제, 더 나아가 나와 자연,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고민하고 새롭게 정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물리적 향기를 매개로 전하고자 하는 최종적 메시지는 사유의 향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창조하고 경험하는 데에 있습니다.






SELECTED WORKS & PROJECTS | 2013-2020






UNPLUGGED Collection

UNPLUGGED는 인류가 지금껏 경험한 적 없었던 상황 속에서 맞이하게 된 2020년 가을을 위한 컬렉션입니다. 여름 풀벌레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 무렵, 자연은 하강의 기운과 비움의 시간을 맞이합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조향사 소피가 세기말의 정서와 희망의 빛이 공존했던 1990-2000년대의 밴드 뮤직과 싱어송라이터의 작업을 주제 삼아 작업한 열두 가지의 블렌드로, 아무렇지 않게 소중했던 것들로부터 언플러그드 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모두가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어두움보다는 밝음, 우울보다는 감사, 절망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곡들을 선정하여 향기와 함께 엮었습니다. 바삭이는 바람의 결과 절정의 석양, 붉게 물든 낙엽을 적시는 가을비의 이미지를 그리게 하는 닮은 듯 다른 열두 가지의 향기를 각각의 블렌드에 모티브로 삼은 곡과 함께 즐겨 주세요.




17 DAYS | Prince, “17 Days,” Piano & A Microphone 1983


Notes
Head: Bourbon geranium, juniper berry
Heart: Hemlock spruce, Bulgarian lavender, balsam fir, ylang ylang,
Last: Cedarwood Atlas, sandalwood

농염한 빛깔로 숲길을 물들이는 낙엽 위로 가을비가 내리는 어스름을 묘사했습니다. 머물러 있지 않는 한 아름답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우주의 숭고한 진리를 품은 모든 계절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향나무와 라벤더, 샌달우드가 담백한 긴장감 속에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1uZkgr2gHY



HIGH AND DRY | Radiohead, “High And Dry,” The Bends


Notes
Head: Bergamot (cold pressed), hinoki
Heart: black spruce, Hemlock spruce, black pepper
Last: Virginian cedarwood, nutmeg, allspice

메마른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 공허마저 삼키는 적막 속에 침잠한 생동의 기운. 잿빛 하늘 아래 푸르름이 온전히 잦아든 들판에서 다가오는 겨울의 의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향기로 그렸습니다. 삼나무를 골격으로 매캐한 노트를 품은 침엽수와 향신료의 오일을 블렌드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qFfFVSerQo



BITTER SWEET SYMPHONY | The Verve, “Bitter Sweet Symphony,” Urban Hymns


Notes
Head: Pine needle, bergamot (cold pressed)
Heart: Hinoki, black spruce, silver fir, cardamom
Last: Ginger lily, nutmeg, sandalwood

서늘하게 식어가는 바람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는 절정의 가을은, 자연에 스민 우주의 다채로운 서사를 어느 계절보다도 드라마틱하게 경험하도록 합니다. 변함 없는 모습으로 정의되는 것, 이면을 가지지 않은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이 거대한 우주라는 파도 위에 존재할 뿐입니다. 빅뱅 이전의 우주를 닮은 씨앗,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싱그러운 잎사귀와 찰나의 꽃, 태양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열매 등에서 얻은 향료들을 블렌드하여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품은 시간의 켜를 그려 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lyu1KKwC74



TEARS IN HEAVEN | Eric Clapton, “Tears In Heaven,” Unplugged


Notes
Head: Rose absolute, tarragon, bergamot (cold pressed)
Heart: French lavender, Tasmanian lavender, rosemary, black spruce
Last: Sandalwood

지난 밤의 꿈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소중한 사람들이 어디에서든 평안하기를 바랐던 간절한 마음이 천상의 정원에 닿아 향기가 되었습니다.  온화한 햇살과 바람을 품은 약초들을 블렌드하여, 꿈에 본 신비로운 보라빛 들판과 태초의 물처럼 투명한 하늘을 그렸습니다. 곱게 나이 든 모습으로 당신들을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쁘게 기다리며 밀도 있는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RjxNj-NchU



THANK YOU | Alanis Morissette, “Thank You,” Supposed Former Infatuation


Notes
Head: Rose absolute, rose attar, blue cypress
Heart: Hemlock spruce, French lavender, Bourbon geranium 
Last: Patchouli

빛을 잃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향한 사랑이 우리를 오늘 이곳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아름다운 것, 고결한 것을 보며 삶을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고통과 상처도 더 나은 미래의 토양을 다지는 강력한 거름이 되어줍니다. 폭력과 소외의 시대는 오직 존중과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성한 꽃과 나무와 흙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향료들을 블렌드 하여 이 생각을 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OgpT5rEKIU



DRIFTWOOD | Travis, “Driftwood,” The Man Who


Notes
Head: Garden mint, rosemary, ocean pine
Heart: Bergamot (cold pressed), black spruce, Hemlock spruce, hinoki
Last: Cedarwood Atlas, frankincense

빗방울은 흙을 적셔 생명을 잉태하게 하고, 시내를 만나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고, 햇살에 닿아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내립니다. 빗방울을 머금은 씨앗은 새잎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빚어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게 합니다. 무의미한 존재도, 멈추어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쓰임을 다하는 생명도 없습니다. 순간의 빛을 모티브로 햇살과 바람과 나무와 흙의 기운을 하나의 블렌드에 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zUdJ-5fscA



DRIVE | Incubus, “Drive,” Make Yourself


Notes
Head: Juniper berry, cardamom, laurel leaf
Heart: Black spruce, fir needle, tarragon, ylang ylang, Bourbon geranium 
Last: Frankincese, nutmeg

더 내려갈 곳이 있는지, 더 나빠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가도, 버거운 하루의 끝에는 이제 다 틀린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오늘도 벼랑 끝에서 다잡고, 지금껏 그래왔듯 오늘도 보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 선택을 의연히 이어 나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열정과 치유, 승리를 상징하는 꽃과 약초의 오일들을 블렌드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gT9zGkiLig



STAND BY ME | Oasis, “Stand By Me,” Be Here Now


Notes
Head: Balsam fir, pine needle, Bourbon geranium
Heart: Black spruce, ho wood, juniper berry, opopanax myrrh
Last: Patchouli, frankincense

이 길의 끝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삶이라는 이 스릴 넘치는 모험을 축복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우주를 향하는 문을 열게 하는 용기를 모티브로, 우연한 발길이 이끈 어느 오래된 거리의 어딘가에서 환영의 인사처럼 들려오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목소리와 악기의 선율을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크리스피하고 리드미컬한 가을 바람이 감도는 침엽수림의 향기를 연상케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9kdHXrJYF8



PLATAEU | Nirvana, “Plataeu,” MTV Uplugged In New York


Notes
Head: St. John’s wort, silver fir
Heart: Bulgarian lavender, black pepper, hinoki
Last: Angelica root, carrot seed, frankincense, patchouli

자본이 존중 받고 인간이 도구로 쓰여지는 세상에서, 이 패러다임에 타협하지 않는 태도는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자유로우며, 가장 매혹적인 삶을 경험하게 할 것입니다. 진정한 해방을 향하는 쉼 없는 시시포스적 여정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인간으로써의 존엄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릅니다. 진리에 닿고자 하는 인류 보편의 신앙을 문명의 역사 속에서 오랜 세월 귀하게 여겨져 온 향료들에 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j8UbmdV7bk



VIVA LA VIDA | Coldplay, “Viva La Vida,”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Notes
Head: Bergamot (cold pressed), fir needle
Heart: Hinoki, pine needle, black spruce, Bulgarian lavender
Last: Sandalwood, opopanax myrrh

끝이 없을 것처럼 펼쳐진 길 위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도, 젊음이라는 향연이 끝난 무대 위에서의 공허함도 내가 이 세상과 관계를 맺었음을 같은 무게로 증명합니다. 오늘의 성취와 영광이 잦아들 언젠가를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맙시다.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품을 잃지 않는 태도입니다. 먼 훗날의 우리가 저마다의 삶 속에서 여전히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빛나는 월계관’을 모티브로 태양의 기운과 땅의 기운, 바다의 푸른빛을 머금은 향료들을 조화롭게 블렌드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vgZkm1xWPE



SEE THE SUN | Dido, “See The Sun,” Life For Rent


Notes
Head: Yuzu absolute, lime (cold pressed), bergamot (cold pressed)
Heart: Bitter orange, pine needle, black spruce, hinoki
Last: Sandalwood, patchouli

저마다의 색채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온도의 언어로 소통하는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앞에서 발길을 멈추어 친구가 되었을까요. 눈부신 햇살과 온화한 바람을 품은 향기로, 나의 우주에 존재하는 기적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에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H9kQpou1h0



WHERE ARE WE NOW? | David Bowie, “See The Sun,” The Next Day


Notes
Head: Silver fir, black spruce
Heart: Ylang ylang, Bulgarian lavender, French lavender, frankincense
Last: Angelica root, ginger lily, patchouli, sandalwood

위대한 예술가는 위대한 철학자가 되어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진리가 존재함을 증명합니다. 세기의 전설이었고, 별이 되어 떠나간 데이비드 보위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믿음이 근본부터 흔들렸던 시절에 가장 큰 위안이었습니다. 영원한 우상에 마음을 의탁하는 밤에 올려다 보는 하늘을 가장 따스한 색채를 지닌 향기들로 그려 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WtsV50_-p4






THE SCHOOL OF ATHENS


Raffaello Sanzio, “The School of Athens,” 1509
Fresco, width at the base 770 cm
Stanza della Segnatura, Palazzi Pontifici, Vatican




PLATO

Music: Gustav Mahler, “Symphony No.5 in C Sharp Minor: IV. Adagietto
Notes: Eucalyptus, Spanish sage, bay laurel, green pepper, rosemary, tarragon

이상적 아름다움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휴양을 위해 베니스를 찾은 작곡가 아센바흐는 그곳에서 만난소년 타지오에게 이끌립니다. 아름다움이란 예술가의 아폴론적 사유에 기반을 둔 창작 활동에 의해 구현되는 것이라 믿어왔던 아센바흐는, 그가 음악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이상적 아름다움을 타고난 타지오에게 디오니소스적 사랑을 느끼며 혼란에 빠집니다. 본질의 그림자일 뿐인 이 불완전한 감각의 세계에서 이데아적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죠.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의 잊을 수 없는 선율은 피할 수 있었던 전염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타지오의 곁을 맴돌 수밖에 없었던아센바흐의 고통스러운 환희, 그 치명적인 매혹을 은유합니다. PLATO에는 흙의 기운을 품고 있음과 동시에 상승의 이미지를 가진 향긋한 약초들을 블렌드하여, 세속을 딛고 서서 ‘저 너머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표현했습니다.


ARISTOTLE

Music: Vladimir Martynov, Kronos Quartet, “The Beatitudes”
Notes: Marjoram, white lotus absolute, mimosa absolute, orange blossom, sandalwood

지금 여기, 이 순간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 <그레이트 뷰티>의 주인공인 소설가 젭은 화려한 삶을 영위하지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쓸 것인가’와같은 본질적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고독합니다. 감각적 쾌락의 끝을 숙명처럼 잠식하는 허무의 감 정과 반복적으로 오버랩 되는 죽음의 상징들,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와 예술은 이 땅에서의 삶을 공허하고 비루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는 결국 긴 방황 끝에 자신이 뿌리를 둔 이 땅의 눈부심을,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려 나가기로 합니다.“나는저 너머에 있는 것은 다루지 않으련다. 그리하여 이 소설 은 시작된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말이죠. ARISTOTLE에는 온화한 햇살이 키운, 사람의 체온을 닮은 다감한 향 기를 지닌 꽃들을 블렌드 하여 저 너머가 아닌 이 당, 한 사람 한 사람의마음에 담긴 고귀함, 내일이 아닌 오늘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습니다.






CHUNAENGJEON Collection

조선 후기 효명세자가 어머니를 위해 위해 지은 춘앵전(春鶯囀)은, 이른 봄의 아침에 나뭇가지 위에 앉아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그린 춤입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10여 종의 귀한 플라워 앱솔루트를 재료로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한 새로운 봄 컬렉션 CHUNAENGJEON이 꽃 구경마저 주저하게 만드는 요즈음 언제 어디에서든 봄의 정경을 마음에 그려볼 수 있도록 해드릴 것입니다.


塔塔高(탑탑고) | 오래된 절터의 탑 위로 내려앉은 진달래꽃Notes: Osmanthus absolute, bitter orange flower absolute, frankincense, Virginian cedarwood, patchouli, oak moss absolute
층층이 낀 이끼가 세월을 짐작케 하는 오래된 화강암 위에 아스라한 분홍빛 진달래꽃이 소복히 내려앉은 장면을 그렸습니다.

花前態(화전태) | 고운 자태의 꽃들이 흐드러진 길에 드리운 봄밤의 어스름
Notes: Pink champaca absolute, jasmine sambac absolute, tuberose absolute, rose otto, grapefruit, bergamot, vetiver
이름 모를 봄꽃들이 저마다의 봉오리를 터뜨리며 봄밤의 수려한 정경을 그려내는 길 위를 걷는 기분을 표현했습니다.

轉花持(전화지) | 맑은 시내의 물결 따라 춤 추듯 돌며 흘러가는 꽃잎
Notes: Cistus, frankincense, opopanax myrrh, sandalwood, osmanthus absolute, mimosa absolute, saffron absolute
겨우내 쌓여 있던 눈이 녹아내리며 이루는 맑은 시내의 물결 따라 춤 추듯 돌며 흘러가는 꽃잎의 경쾌한 자태를 그렸습니다.

飛金沙(비금사) | 손에 쥔 금빛 모래가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
Notes: Bitter orange flower absolute, jasmine sambac absolute, ylang ylang, balsam fir, French lavender, spikenard, patchouli
바닷가 마을의 봄 기운을 머금은 모래가 손가락 끝에서 금빛 햇살과 함께 춤 추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별서정원(別墅庭園, GARDEN IN THE AIR) Collection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제안하는 스테이 홈(STAY HOME) 조향 키트 현실의 무게가 몸과 마음을 유난히 아프게 짓누를 때면, 우리는 자연 안에서 유유자적하는 삶을 막연히 그려 보기도 합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사계절의 풍광이 아름다운 지역에 터를 잡고, 소박한 집을 짓고 텃밭과 정원도 가꾸며 단순하게 살아가는 삶을 우리는 언젠가 한 번쯤 꿈꾸어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은둔자의 삶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는 데에는 다양한 제약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짊어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당장 외면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고독을 마주할 용기와 의지가 부족할 수도 있겠지요. 어떤 종류의 제약에 의해서든, 우리는 대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로 오늘도 그저 세월을 흘려보내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마음에 그리는 상상의 정원에서 쉬어갈 수 있는 간단한 조향 키트를 제공합니다. 잠시라도 눈을 감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있다면 충분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언제나 마음이고, 마음을 의탁할 수 있는 ‘향기’라는 좋은 도구가 곁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실내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향유하고 완상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여, 한반도의 사계가 펼쳐내는 정취를 그린 조향 키트를 제작하였습니다. 절기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성된 블렌드를 물감 삼아 다양하게 레이어링 하며 서사를 만들고, 나만의 공간이라는 도화지 위에 정원을 그려 보세요. 깊은 숲길의 끝에 자리한 산사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풍경 소리도 좋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연꽃의 향기로 가득한 연못이 있는 정원도 좋고, 치자나무 아래에서 다감한 여름 달빛을 벗 삼아 희망을 이야기하는 밤도 좋을 것 같습니다.


9월 | 늦여름의 정취
MIST TRAIL   아침 이슬에 젖은 숲이 발산하는 향긋한 흙내음 
EVENING BREEZE  여름 풀벌레 소리가 잦아드는 선선한 밤공기
RAYS OF HOPE  창가에 따사롭게 내려앉은 금빛 햇살
TEMPLE BELL  늦여름 산사의 풍경 소리
HEAVY RAIN  오래된 정원에 내리는 소나기





FOLDING SCREENS Collection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2020년 1월에 선보인 FOLDING SCREENS 컬렉션은, 조선시대 회화의 한 형식으로 널리 사랑받았던 병풍 그림에 담긴 주요 테마들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업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또 무게를 두어야 할 가치들을 담은 문자도(文字圖), 물리적으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시간의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하는 단서인 ‘정신성’의 문제를 다룬 군선도(群仙圖), 일상의 공간을 아름다움에의 사유로 충만하게 하는 책가도(冊架圖), 자연과 문명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을 담고자 한 산수도(山水圖), 우주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곱게 나이 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안도(蘆雁圖), 그리고 인생을 바라보는 어떤 태도가 액운을 막고 우리의 삶을 축복으로 가득하게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백선도(百扇圖)까지 여섯 가지의 세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 24가지의 블렌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곧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RECTO Collection

RECTO 컬렉션은 삶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낸 문학 작품들을 모티브로 하는 작업입니다.  향기를 매개로 고뇌에 빠진 소설 속 주인공에게 위안의 마음을 전하기도, 상상 속의 매혹적인 공간을 재현하기도 하며 오늘의 나와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봅니다.



NARZISS UND GOLDMUND


Notes
Head: Jasmine sambac absolute, rose otto,
Heart: osmanthus absolute, vanilla bean absolute, allspice
Last: sandalwood, vetiver root, saffron absolute


NARZISS UND GOLDMUND는 서로가 서로일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평생의 벗을 모티브로 한 향기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언제나 봄밤의 꽃이 만발한 앞뜰의 다정한 나무 아래에서 쉬는 것 같은 안온함을 선사하는 친구의 이미지를 몇 가지의 향긋한 꽃 앱솔루트와 사프란, 베티버, 백단향 등 신비로운 노트를 가진 향료들을 블렌드하여 표현했습니다. 특히, SA에서 베이스 노트의 골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바닐라빈을 냉침법으로 추출한 향료를 담아 약 7개월 동안 섬세하게 숙성시킨 NARZISS UND GOLDMUND는 크리미하고 달콤하면서도 센슈얼한 우디 플로럴 계열의 향기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도 모처럼 반가운 블렌드가 될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가 저마다의 영혼을 매혹하는 것들을 따르며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 벗의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이런 이상적인 친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우리 둘은 태양과 달이며 바다와 육지다. 우리의 목표는 서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서로 보고 존경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ㅡ 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중에서





斜陽

Notes
Head: White lotus absolute, jasmine sambac absolute
Heart: Ylang ylang, white sage, balsam fir, white cognac, nutmeg
Last: Palo santo, thuja, incense, patchouli, sandalwood, saffron absolute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앞에서도 “태양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패전 후 몰락해 가는 상류계급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귀한 삶을 만드는 것은 비참한 현실과 가혹한 운명,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뜻한 바대로 살아내고자 하는 생(生)에의 의지 그 자체일 것입니다. <사양>에는 확산의 이미지를 가진 청아한 풀과 나무의 향기, 강렬한 햇살의 기운을 머금은 남국의 꽃들을 골격으로 삼아 블렌드의 스펙트럼을 넓혀 삶의 어떤 순간에도 희망의 빛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부드러운 살결의 이미지를 그리게 하는 머스키한 톤의 베이스 노트, 그리고 체온을 닮은 감미로운 우디 계열의 노트를 블렌드 하여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데카당스적 서정성도 함께 담았습니다.

은유와 상징, 숨겨진 기호와 같은 것들을 사랑하는 저는 구상화보다 추상화를, 장식보다 여백을 선호합니다. 같은 이유로, 조향을 해오면서도 에로틱한 블렌드를 직설적으로 그리는 데에는 그리 흥미가 없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읽기 전까지는요. 데카당스적 탐미주의의 언어도 은근하고 정제된 멋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 감흥을 담아 만든 이 향기가 여러분의 감각에, 일상에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살아가는 것. 살아남는 것. 그것은 몹시 꼴사납고, 피 냄새가 나며 추접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는 임신하여, 구멍을 파는 뱀의 모습을 다다미 위에 그려보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비참해도 좋다. 나는 살아남아, 생각한 것을 이루기 위해 세상과 싸워 가야지."
ㅡ 다자이 오사무, 『사양』 중에서







GRADATION Collection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선보이는 GRADATION은 팩토리2의 2020년 기획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업한 컬렉션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문명과 자연, 과거와 미래, 옳고 그름, 너와 나를 가르는 타자화와 이분법적 사고가 초래한 비극의 정점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우주 안에, 그리고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벽을 허물고 화해와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GRADATION은 그 기록을 향기로 그려낸 결과물이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세 가지 향기의 노트는 독립적인 블렌드를 이루면서도 뚜렷한 경계 없이 이어지며 하나의 트레일을 그려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선보이는 GRADATION은 팩토리2의 2020년 기획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업한 컬렉션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문명과 자연, 과거와 미래, 옳고 그름, 너와 나를 가르는 타자화와 이분법적 사고가 초래한 비극의 정점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우주 안에, 그리고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벽을 허물고 화해와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GRADATION은 그 기록을 향기로 그려낸 결과물이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세 가지 향기의 노트는 독립적인 블렌드를 이루면서도 뚜렷한 경계 없이 이어지며 하나의 트레일을 그려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LIGHT

Notes
Head: Lemongrass, rosemary, rose absolute
Heart: French lavender, bergamot, hinoki, rosewood, incense
Last: White lotus absolute, cedarwood Atlas, sandalwood


눈부신 햇살과 온화한 바람이 감도는 곳에서 자라는 약초와 꽃의 향기로 지혜의 빛을 향하는 아름다운 여정을 표현하였습니다. 현상을 통찰하는 자, 어제까지의 앎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자의 통찰이 세상을 바꿉니다.



GRAVITY
Notes
Head: Silver fir, pine needle, rose absolute
Heart: French lavender, rosemary, rosewood, incense, cedarwood Atlas
Last: White lotus absolute, vetiver root


한의 계절에도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겨울 나무,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발산하며 피어나는 연꽃의 향기로 숭고한 생(生)에의 의지를 표현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찰나와도 같은 물리적 시간이, 그리고 불행과 고난이 삶을 대하는 총명한 시선을 잠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LOVE

Notes
Head: Balsam fir, rosemary, rose absolute
Heart: French lavender, rosewood, immortelle, cedarwood Atlas
Last: White lotus absolute, incense, opopanax myrrh, patchouli, vetiver root

문명의 역사 속에서 ‘불멸’, ‘영원’을 상징해 온 진귀한 향료들로 변하지 않는 것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였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하고, 시공을 초월하여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켜낼 것입니다.





ARIA Collection


천연 향기 브랜드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자연의 향기를 감각적으로 향유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머물지 않으며, 감각을 통해 전해지는 향기를 사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키는 과정으로써의 자연주의를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습니다. 2017년에 처음 선보인 ARIA는 그러한 의도가 가장 명료하고 밀도 높게 담겨 있는 컬렉션이며 ‘일상(日常)’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감각과 사유의 유희를 가장 개인적인 영역, 생활의 영역 안에 다채롭게 녹여냅니다.  일상 속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온갖 종류의 극적인 상황들이 어느 정도 잠잠해집니다. 드라마틱한 내적 탐미가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죠. 그 소중한 경험을 만끽하기에는 온 지구가 생명의 기운으로 기적처럼 타오르는 여름이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닌가 합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자연을 적게 빌어 크게 쓰자’는 브랜드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일상적 아름다움과 미니멀 라이프를 다섯 가지의 블렌드에 담아냈습니다. 명상처럼 즐기는 침향(沈香), 소나기 내리는 여름밤의 거문고 산조 연주, 단원 김홍도의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 문필가이자 시인 이상과 화가 김환기의 아내였던 김향안의 에세이집 <월하(月下)의 마음>, 그리고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모티브로 한 다섯 가지의 향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INTING

오래된 화첩에 담긴 삶의 지혜: 단원 김홍도,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
Notes: Virginian Cedarwood, ocean pine, juniper berry, bergamot, lime, pink champaca absolute, oak moss absolute, sandalwood, cistus, opopanax myrrh, vetiver

한여름의 도시에는 박물관 만큼 쾌적하고 조용한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폭염주의보라도 내려진 날에는 그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시원한 보리차 한 잔을 컵에 따라 마시며 책꽂이에 꽂혀 있던 오래된 화첩과 전시 도록을 꺼내 보는 것이 좀 더 만족스럽게 더위를 피하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우리 자연의 기려하고 웅장한 기운을 힘 있는 구도와 필치로 그려냈다면, 단원 김홍도의 진경산수화는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에서와 같이 지극히 일상적인 자연 풍경을 주목했습니다. 그림에 담긴 화가의 시선은 창문을 열어 한밤의 은근한 달빛을 방 안으로 들이고, 도심 한가운데에서 홀연히 고즈넉한 궁궐 뒷뜰을 걸어보는 것으로도 굳이 발걸음을 수고롭게 하여 명승지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 이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시야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삶은,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층위를 우리 눈앞에 드러내 보입니다. 단원의 세련된 시선과 감각적인 필치로 화폭에 스민 영롱한 달빛, 그리고 단정한 나무숲에 감도는 부드러운 바람을 모티브로 한 PAINTING이 아름다움을 탐닉하면서도 일상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좋은 영감이 되어드릴 것입니다.



MUSIC

내가 있는 곳 어디든: 표암 강세황의 거문고

Notes: Black spruce, juniper berry, niaouli, white sage, rosemary, white cognac, palo santo, saffron absolute, galbanum, nutmeg, clove bud
 
“거문고를 배워 즐기니, 질병을 앓고 있음조차 잊게 되더라.” (구양수, 『동재기(東齋記』 중에서)
조선 후기의 서화가이자 예술 평론가, 그리고 단원 김홍도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표암 강세황은 시문집 『표암유고』의 「산향기」 편에서, 송나라의 문인 구양수의 말을 인용하며 거문고 소리를 예찬합니다. 병약하여 먼 길을 떠날 수 없을 때,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자연을 내가 머무는 공간으로 실감나게 끌어오기에는 그만한 악기가 없다면서 말이죠. 오랜 세월 입신하기 어려운 처지였던 강세황은 어느 날 서재의 벽면 가득 산수를 그리고 그 가운데 앉아 거문고를 연주하니 어느새 그림 속 산수가 그림인지 자연인지, 거문고 소리가 악기의 소리인지 자연의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경험담을 적어 내려갑니다. 구양수가 관직에 나가지 않고 방 안에 그림을 그려 걸어놓은 채 누워서 산수를 즐기며(와유, 臥遊) 여생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거문고의 담백하면서도 힘 있는 소리에는 가슴을 울리는 깊이가 있습니다. 이른 봄 햇살에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눈, 터질 듯 말 듯한 꽃망울, 잔잔한 봄날의 햇살, 세상 모든 아픔을 씻어내는 듯 퍼붓는 여름 소나기, 잦아드는 듯 휘몰아치는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사나운 물결마저 고요히 잠들게 하는 겨울 풍경. 거문고 소리에는 분명히 우주적 질서를 끌어오는 힘과 가슴 깊이 농도 짙게 스미는 여운이 있습니다. MUSIC은 이 시대 최고의 거문고 명인 정대석의 <달무리> 음반에서 영감을 얻어, 그 다채롭고도 묵직한 선율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향기입니다.



MEDITATION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 침향(沈香)과 향 도구
Notes: Silver fir, Hemlock spruce, allspice, black pepper, green pepper, cardamom, pine tar, agarwood, angelica root, sandalwood, incense

어려서부터 여름날에는 오래된 책과 문방사우로 가득했던, 북쪽으로 숲과 맞닿아 서늘한 아빠의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종이 냄새, 먹 냄새, 난 화분의 젖은 흙 냄새가 공간 가득 은은하게 배어 있었지만 아빠의 서재 냄새를 가장 강렬하게 떠올리도록 하는 것은 아빠가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사 모으신 다양한 종류의 향나무 조각들이었습니다. 향을 태울 때 피어나는 연기는 신기루처럼 아스라한 춤을 추며 이내 사라지지만, 그 순간의 기억은 우리의 마음 안에 박제되어 오래도록 남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어쩌면 그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흘려보냄으로써 기억에서조차 흔적을 찾을 수 없이 소멸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할 때 인생 전체를 함축한 소우주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MEDITATION은 기억 속 아빠의 서재를 모티브로, 오래된 책과 향 도구에 깊이 밴 향내를 표현했습니다. 매캐한 듯 부드러워지고, 건조한 듯 촉촉해지는 풍부한 노트의 변화를 통해 일상 속에서 명상을 즐겨 보세요.



ESSAY

삶의 이야기에 매혹되는 즐거움: 김향안, <월하(月下)의 마음>
Notes: Narcissus absolute, blue cypress, bitter orange flower absolute, ylang ylang, bergamot, sandalwood, patchouli, spikenard


우리는 눈앞의 어려움을 함께 마주하며 함께 걱정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희미한 무언가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 깊이를 알 수 없는 불안이 일상을 잠식하곤 하죠. 그럴 때에는 좀 더 앞선 시대를 꽉 채워 살다 간 사람들의 삶을 접해 봅니다. 문필가이자 시인 이상과 화가 김환기의 아내였던 김향안의 에세이집 <월하(月下)의 마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더없이 좋은 귀감이 됩니다. 대단한 철학자의 글보다 지혜로운 답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ESSAY는 격조가 깊이 스민 담담한 어투로 매혹적인 사유의 여정을 담은 오랜 수필집들을 모티브로, 책장을 넘기며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깊이를 향기로 담았습니다. 먹먹한 상황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의연함,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세상에 발 붙이고도 내 걸음을 우아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용기, 어여쁜 말투에 담긴 깊은 마음 씀씀이 같은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하는 게 아닐까요?



POEM

불멸의 대상을 향한 기도: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Notes: Immortelle, French lavender, bergamot, grapefruit, blue cypress, Dalmatian sage, petitgrain, opopanax myrrh, oak moss absolute, incense


삶에의 희망과 존재의 이유를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불멸의 대상을 향해 지혜를 구합니다. 윤동주의 시에는 절망과 공포가 짓누르는 삶 속에서 간절히 바라는 이상이 정제된 시의 언어로 담겨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리는 불굴의 힘, 고통에도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하는 통찰의 힘은 인간을 지구상의 어떤 동물과도 다른 존재와도 구분 짓습니다. 눈부신 태양빛 아래 생명력이 넘치는 여름은, 숨막힐 듯 버거운 삶에 대한 아름다운 사색의 언어로 가득한 윤동주의 시를 음미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POEM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했던 청년 윤동주의 숭고한 희망을 모티브로, 시인의 영혼이 머물 ‘언어의 신전’의 이미지를 향기로 그려 보았습니다.






기록하는 사람
2019. 6. 8 - 2019. 6. 30


천연 향기 브랜드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2019년 6월 8일부터 6월 30일까지 어쩌다산책에서 <기록하는 사람>을 주제로 한 전시를 진행합니다. 조선 전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하여 전해져야 할 가치와 기록되어야 할 인생의 여정을 수필의 형태로 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두 가지의 향기로 전합니다. 일상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저마다의 시대와 삶을 총면한 시선으로 사유했던 학자, 소설가, 시인, 건축가, 평론가의 글을 이 싱그러운 계절의 정취가 가득 담긴 향기와 함께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드릴 것입니다.






PROMISES


김향안, 「산(山)에 사는 맛」
맑은 공기와 수묵의 향기와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는 우리의 젊음에 배가되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혜화동 입구에서 보성중학 고개를 넘어 산협에 이르는 2, 30분의 거리를, 또는 삼선교에서 골짜기까지 올라오는 3, 40분의 거리를 항용 날마다 도보로 내왕하고도 피로한 줄을 몰랐다. 집에 있는 날은 산에서 굵은 돌을 주워 오고, 앞개울에서 잔돌을 주어 날라 축대를 쌓아올리고, 밭을 갈아 채소를 심고 정원을 만들어 화초를 가꾸기에 골몰했다. 우리는 무엇이든 가족 총동원하여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서 살았다. 생활도구는 물론이요, 주식물은 쇠고기와 생선을 사들일 뿐으로 장이나 갖가지 떡을 비롯하여 술을 담그고 두부와 묵을 만들고, 엿기름 · 콩나물을 길러서 먹고, 곶감 · 황률 등의 건과(乾果)를 만들어 먹었다.
이 모든 생활을 위한 노력은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더 큰 즐거움은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들을 대접하는 것이었으리라.
더운 여름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이 먼 산중에까지 찾아오는 친구가 반가웠다. 그래서 뒤안 바위틈에서 솟는 샘물을 떠서 막걸리를 거르고 밭에서 푸성귀를 뜯어 안주로 내놓으면 주객(主客)이 그렇게도 즐거울 수가 없었다.


Notes
Head: Rose absolute, grapefruit, bitter orange
Heart: Bourbon geranium, green pepper, immortelle, white cognac
Last: Patchouli, sandalwood, incense


우리는 눈부신 현대 문명의 물리적 편의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숨 쉬는 지혜와 노동생활의 수고로움이 주는 생기를 잃어버렸습니다. 기계 없이는, 전기 없이는, 자본 없이는 하루도 온전히 살아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겨울에도 여름옷으로 생활하고, 땀을 흘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한여름에도 뼛속까지 시릴 만큼 쾌적하기를 바랍니다. 요리도 귀찮고, 장보기는 더 귀찮습니다. 도시적 삶이 제공하는 윤택한 생활을 누리면서도 생명의 존엄을 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길에 대한 영감을 이 글에서 얻어 봅니다. 영롱한 달빛 아래 잘 빚은 술, 향긋한 여름 푸성귀와 함께 사람의 온기로 무르익었을 어느 밤 향안과 수화의 앞뜰을 향기로 그려 보았습니다.



古翫(고완)


이태준, 「고완」
시대가 오래다해서만 귀하고 기교와 정력이 들었다해서만 완상(翫賞)할 것은 못된다. 옛물건의 옛물건다운 것은 그 옛사람들과 함께 생활한 자취를 지녔음에 그 덕윤(德潤)이 있는 것이다. 외국의 공예품들은 너무 지교(至巧)해서 손톱 자리나 가는 금 하나만 가더라도 벌써 병신이 된다. 비단옷을 입고 수족이 험한 사람처럼 생활의 자취가 남을수록 보기싫어진다. 그러나 우리 조선시대의 공예품들은 워낙이 순박하게 타고나서 손때나 음식물에 절수록 아름다워진다. 도자기만 그렇지 않다. 목공품 모든 것이 그렇다.

Notes
Head: Rose absolute, cardamom
Heart: Fir needle, white sage, rosewood, French lavender, juniper berry
Last: Patchouli, incense, nutmeg, sandalwood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온 옛 물건에 스민 삶의 흔적은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일상 속에서도 시간과 장소를 사유하게 합니다. 정교하거나 유려하지 않지만 물리지 않는 다정함이 있는 조선의 반닫이와 백자 화병을 모티브로 삼아 정성스러운 손길로 기름을 먹인 나무 냄새, 오래된 화병에 스민 물의 기운을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談論(담론)


신영복, 『담론』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습니다. 겨울 독방에서 만나는 햇볕은 비스듬히 벽을 타고 내려와 마룻바닥에서 최대의 크기가 되었다가 맞은편 벽을 타고 창밖으로 나갑니다. 길어야 두 시간이었고 가장 클 때가 신문지 크기였습니다. 신문지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습니다. (중략)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햇볕이라고 한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하루하루의 깨달음과 공부였습니다. 햇볕이 ‘죽지 않은’ 이유였다면, 깨달음과 공부는 ‘살아가는’ 이유였습니다. 여러분의 여정에 햇볕과 함께 끊임없는 성찰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Notes
Head: Douglas fir, grapefruit, juniper berry
Heart: Silver fir, rosemary, hinoki, Dalmatian sage, bergamot
Last: black spruce, nutmeg

 
성찰과 정진을 멈추지 않는 어른은 우리 젊은 세대가 나아가야 할 저마다의 길을 비춰주는 햇볕과 같은 존재입니다. 눈부신 태양의 기운을 머금은 시트러스 과일, 그리고 거센 바람을 이겨내는 해송의 기운을 담은 블렌드로 존경할 만한 어른이 부재한 시대에도 우리가 어른 다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MAGIC TREE


정기용, 「오래된 미래: 북촌에 대하여」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매순간의 성장 기록이다. 어떠한 은폐나 위선이 용납되지 않는 성장의 역사다. 뿌리는 늘 더 좋은 흙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가지는 푸른 하늘 위로 길을 만든다.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 듯해도 끊임없이 걷는다. 아주 천천히 길을 만든다. 성장한다. 시간을 기록한다. 그래서 나무는 위대하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길만큼이라도 그 본질로 회귀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중략) 사실상 중요한 것은 우리들 마음부터 비워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뒷걸음질치다 걸려 넘어지는 디자인 장애물들을 길 위에서 거두어버렸으면 좋겠다.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도면 위의 길이 아니라 말없이 편안하게 걷기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Notes
Head: Grapefruit, lemon
Heart: Pine needle, Bulgarian lavender, wild marjoram, tangerine
Last: Angelica root, sandalwood, vetiver


좋은 건축가, 좋은 건축에 대한 생각을 보통 사람들 곁에서 세월의 풍파를 묵묵히 견디며 건강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 한 그루에 빗대어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버거운 일상에 지친 사람에게 쉼터가 되어주고,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에게 온몸을 놀이터로 내어주고, 굶주린 사람에게 과실과 씨앗을 주고, 가슴이 메마른 사람에게는 영혼을 울리는 꽃향기를 전하고, 우산이 없는 사람이 비를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큰 나무가 이 도시에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A PROTESTO


김우진, 「사(死)와 생(生)의 이론」
ㅡ 왜 살고 잇소.
ㅡ 죽을녀고.
ㅡ 그러면 남이 죽이거나 당신(當身)이 스스로 죽이기를 원(願)하오?
ㅡ 아니요.
ㅡ 왜?
ㅡ 사는 것이 죽음이 되는 일도 잇지만, 쥭음이 사는 수가 잇는 이치(理致)가 잇는 것을 아오?
ㅡ 그럴 도리(道理) 잇겟지.
ㅡ 도리(道理)로 생각(生覺)해서는 안되오.
ㅡ 그러면?
ㅡ 삶이나 쥭음이나 도리(道理)가 아니요. 둘이 다 실상(實狀)은 생(生)의 양면(兩面)에 불과(不過)하오. 그러닛가 도리(道理)를 넘어서 생(生)의 핵심(核心)을 잡으러는 이에게는, 삶이나 쥭음이나 문제(問題)가 되지 안소.
ㅡ 당신(當身)은 지금(只今) 살고 잇소?
ㅡ 아니요. 그러나 사(死)를 바래고 잇소. 참으로 살녀고.

Notes
Head: Jasmine sambac absolute, narcissus absolute
Heart: Bulgarian lavender, ylang ylang, balsam fir, Spanish sage
Last: White lotus absolute, patchouli, incense


목숨을 버리는 방식 외에는 생(生)에의 의지를 증명하고 자유의지를 가진 한 인간으로써의 존엄을 지킬 길이 없었던 100여 년 전 세상의 극작가 김우진. 그의 분노와 갈등과 고통이 정제되어 담긴 글은 오늘의 저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문하게 합니다. 지금 살아 있느냐고. 가장 어려운 환경 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꽃과 나무의 향기를 하나의 블렌드에 담아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망설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GARDENER


강희안, 「연꽃」
사람이 한세상에 태어나 명성과 이익에 골몰하여 고달프게 일하면서 늙어 죽을 때까지 그만두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을 한 것이겠는가? 비록 벼슬아치의 관(冠)을 벗어두고 옷에 묻은 속세의 먼지를 털고 떠나가서, 산수 사이에 소요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공무의 여가에 매번 맑은 바람 불고 밝은 달빛 비치는 가운데 연꽃의 향기가 넘쳐나고 줄풀과 부들의 그림자 어른거리며 작은 물고기들도 물풀 사이에 파닥거리는 즈음이 되면, 옷깃을 활짝 열고 산보를 하면서 시를 읊조리고 배회하노라면 비록 몸은 명예의 굴레에 매여 있다 하겠지만 정신은 물외(物外)에서 노닐고 정회(情懷)를 풀기에 충분할 것이다. (중략) 도를 지키고 덕을 기르는 선비가 번잡하고 요란한 것을 싫어하고 한가하고 편안함을 좋아하여 여유자적하면서 스스로 즐기고 다른 것 때문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이다. 이는 속된 선비들과 더불어 논하기 어렵다.

Notes
Head: White lotus absolute, rock rose, bergamot
Heart: Pine needle, tangerine, magnolia, wild marjoram
Last: Vetiver, patchouli, saffron absolute


평생 꽃과 나무를 벗삼았던 조선 초기의 학자 강희안이 편찬한 원예서 『양화소록(養花小錄)』에는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 식물의 생장과 특질을 살피는 과정에서 얻는 삶에의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그의 글 곳곳에 스민 화훼와 우리 산수에의 애정은 꽃과 풀을 일회용 공산품처럼 소비하고 버리는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도 합니다. 강희안이 앞마당에 가꾸었을 정갈한 정원을 모티브로, 꽃과 풀과 나무와 흙과 돌과 이끼의 기운을 담아 보았습니다.



MIKROKOSMOS


야나기 무네요시, 「조선의 도자기에 대하여」
조선에는 일본처럼 도자기를 애호하는 풍습이 아직은 없다. 수집가도 없고 차를 마시는 모임 같은 것도 없다. 기물은 훨씬 현실적이다. 일상적인 용품인 것이다. 이 사실은 조선시대에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성질이다.
흔히들 일용품은 질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그러기에 굳이 기교를 부리거나 아취를 찾거나 하는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작위(作爲)의 폐단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만듬새가 자연스럽고 솔직하며 질박하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실용을 목적으로 했으므로 여기에 견딜 수 있는 견고함이 있다. 여기에는 병약한 면이 없고 신경질적인 데도 없다. 실용을 위주로 한 것이 이 도자기를 위험에서 구했다. (중략)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오히려 잡기(雜器)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오늘날에도 각지의 집기는 좋은 것이 남아 있다. 일본의 도자기에 나쁜 것이 많은 이유는 실용을 무시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것에는 그렇게 심한 옥석(玉石)의 차이가 없다. (중략) 조선의 것은 거의 모두가 쓸 만하다. 옥석의 차이가 심한 일본의 것과는 이 점이 다르다. 일본의 것에는 죄가 될 것이 많다.

Notes
Head: Mimosa absolute, niaouli
Heart: Silver fir, Dalmatian sage, thuja, summer savory, immortelle
Last: Sandalwood, nutmeg, patchouli, cardamom
   

조선을 사랑했던 미술 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숨 쉴 틈’을 주는 조선 도자 특유의 여유로움에 깊이 매혹되었습니다. 그가 조선과 일본의 도자를 비교하여 쓴 이 글은 자연을 사유하는 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두 나라의 근본적인 차이를 짐작하게도 합니다. 우연과 불규칙성으로 가득한 이 양자적 세계의 이치를 담고 있는 조선 백자의 미감, 나무의 결과 돌의 곡선까지 존중한 조선의 공예와 건축을 모티브로 ‘소우주’라는 이름의 블렌드를 완성했습니다. 감미로운 잔향을 남기는 나무의 향기와 거친 질감을 품은 나무의 향기, 매캐한 건초더미의 냄새와 물기를 머금은 듯한 약초의 내음이 블렌드 곳곳에서 충돌하기도, 하나로 어우러지기도 하도록 배치하여 표제음악 시대의 선율과 같은 리드미컬한 노트를 펼쳐냅니다.



天眞爛漫(천진난만)


김용준, 「추사(秋史) 글씨」
추사 글씨는 확실히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필 추사의 글씨가 제가(諸家)의 법을 모아 따로이 한 경지를 갖추어서, 우는 듯 웃는 듯, 춤추는 듯 성낸 듯, 세찬 듯 부드러운 듯,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조화가 숨어 있다는 걸 알아서 맛이 아니라, 시인의 방에 걸면 그의 시경(詩境)이 높아 보이고, 화가의 방에 걸면 그가 고고한 화가 같고, 문학자, 철학가, 과학자 누구누구 할 것 없이 갖다 거는 대로 제법 그 방 주인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상점에 걸면 그 상인이 청고한 선비 같을 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상품들까지도 돈 안 받고 그저 줄 것들만 같아 보인다. 근년래에 일약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과 높은 자리를 차지한 분들 중에도 얼굴이 탁 틔고 점잖은 것을 보면 필시 그들의 사랑에는 추사의 진적(眞跡)이 구석구석에 호화로운 장배(裝背)로 붙어 있을 것이리라.

Notes
Head: Grapefruit, lime, yuzu, magnolia
Heart: Tangerine, orange blossom, linden blossom, pine needle, Bulgarian lavender
Last: Cedarwood, sandalwood


말년의 추사가 남긴 글씨에서 묻어나는 여유와 천진함은 유럽의 미술이 수천 년에 걸쳐 성취한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한 사람의 생애라는 압축된 시간의 켜로, 동시에 문명의 대서사시와도 같은 광대한 스펙트럼으로 우리에게 전합니다. 추사의 삶과 예술을 닮아 인생의 모든 시기에 나이 다움을 잃지 않고, 종국에는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일 수 있을 만큼 지혜로운 노인으로 나이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정성을 필요로 하는 나무의 향기와 가장 부지런히 봄을 알리며 꽃을 피우고 새순을 틔우는 나무의 향기를 블렌드하여 소녀와 같은 웃음을 짓는 백발 할머니의 얼굴을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何隱齋(하은재)



정약용, 「은자의 거처」

지역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택해야 한다. 그러나 강을 끼고 있는 산보다는 시냇물을 끼고 있는 산이 낫다. 골짜기 입구에는 높은 암벽이 있고 조금 들어가면 환하게 열리면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곳, 이런 곳이 복지福地다. 중앙의 판세가 맺힌 곳에 초가집 서너 간을 얽되, 나침반의 바늘이 정북과 정남을 향하도록 해서 정남향이어야 한다. 집 짓는 일은 극히 정교하게 해야 한다. 순창에서 나는 설화지雪花紙로 벽을 바르고 문설주 위에는 담묵淡墨 산수화를 걸고 문설주에는 고목이나 대나무, 바위를 그리거나 혹은 짧은 시를 쓰기도 한다.
방안에는 책꽂이 두 개를 놓고 책 천삼사백 권을 꽂아 놓는다. (중략) 책상 위에는 논어論語 한 권을 펼쳐 놓고, 곁에는 질 좋은 화리목花梨木으로 만든 탁자를 두는데, (중략) 책상 아래에는 오동烏銅으로 만든 향로를 하나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옥유향玉蕤香 한 판씩을 피운다.
뜰 앞에는 높이 두어 자 되는 가람 벽을 하나 두르고, 담 안에는 갖가지 화분을 놓아둔다. 석류, 치자, 백목련 같은 것들을 각기 종류대로 갖추는데, 국화를 가장 많이 갖추어서 모름지기 마흔 여덟 가지는 되어야 겨우 구색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뜰 오른편에는 조그마한 연못을 파는데, 사방이 수십 걸음을 넘지 않을 정도로 한다. 연못에는 연꽃 몇십 포기를 심고 붕어를 기른다. 따로 대나무를 쪼개 홈통을 만들어서 산골짜기의 물을 끌어다 연못에 대고, 연못에서 넘치는 물은 담장 구멍을 통해 채마밭으로 흐르게 한다.
채마밭은 수면처럼 고르게 잘 갈아야 한다. 그런 다음 밭두둑이 네모 반듯해지게 밭을 구획해서 아욱, 배추, 파, 마늘 등을 심되, 종류별로 나누어서 서로 섞이지 않게 한다. 씨를 뿌릴 때는 반드시 고무래를 사용하여, 싹이 났을 때 보면 아롱진 비단물결 같은 무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겨우 ‘채마밭’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Notes
Head: Parsley seed, dill seed, bay leaf
Heart: French lavender, tarragon, white sage, juniper berry, green pepper
Last: Incense, oak moss


세상으로부터 숨어든 사람의 집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의 이 글에서 정약용은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지역을 추천하는 것으로부터 갖추어 두면 도움이 될 서책의 목록, 연못과 텃밭을 조성하고 가꾸는 방법, 화훼와 향에 대한 조언, 심지어는 마땅한 벽지의 종류와 생산 지역까지 상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정말이지 다산 다운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테이크로 찍은 영화와도 같이 흐름의 끊김 없이 공간을 이동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마음속에 펼쳐지는 공간의 정취를 향기로 그려 보고, 이 살고 싶어지는 상상 속의 집에 ‘하은재(何隱齋, ‘어찌 숨었는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CHILD OF AUGUST


이상, 『산촌여정(山村餘情)』
비망록(備忘錄)을 꺼내어 머루빛 잉크로 산촌의 시정(詩情)을 기초(起草)합니다.


그저께신문(新聞)을찢어버린
때묻은흰나비
봉선화는아름다운애인(愛人)의귀처럼생기고
귀에보이는지난날의기사(記事)


얼마 있으면 목이 마릅니다. 자리물ㅡ심해(深海)처럼 가라앉은 냉수를 마십니다. 석영질(石英質) 광석 냄새가 나면서 폐부(肺腑)에 한란계 같은 길을 느낍니다. 나는 백지 위에 그 싸늘한 곡선을 그리라면 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Notes
Head: Lime bergamot, tangerine, hinoki
Heart: Pine needle, fir needle, rosemary, orange blossom, wild marjoram
Last: Nutmeg, vetiver, sandalwood


『산촌여정』은 시인 이상이 도회의 피로와 번뇌로부터 벗어나 아직 기계 문명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은 강원도의 어느 산촌으로 떠나 휴식을 취했던 어느 여름의 기록입니다. 나른한 공기와 타오르는 햇살이 절정의 대치를 이루고 있는 시골 마을의 여름 정경은 잊혀진 줄도 모르는 채로 잊혀졌던 감각을 나비의 몸짓 하나로, 봉선화의 붉은 자태로, 냉수 한 잔으로 선명하게 깨웁니다. 정서적, 육체적 휴식이 절실했던 이상의 시선에 감응하며 그려지는 향기로 블렌드를 구축해 보았습니다.



生命愛(생명애)



박경리,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

생존이 가능한 만큼에서 시인들은 맑아야 하며, 일하는 사람들, 특히 세상을 바로잡아보겠다는 사람은 배부른 돼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희생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배부른 돼지들이 애국애족을 외치고 국가 번영을 역설하는 오늘의 풍토를 거부하기 위해서 맑은 물에서 노니는 소수인이 있어야, 그와 같은 의인이 없다는 미래는 절망입니다.

Notes
Head: Eucalyptus, peppermint
Heart: Lemon, rosemary, Douglas fir, Bulgarian lavender, blue cypress
Last: Cedarwood, patchouli, vetiver


우리는 자연을 타자화하고 재단하려 했던 근대 유럽 문명의 폭력성, 그리고 생명마저도 착취와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 자본주의적 ‘과잉’의 욕망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약간의 수고로움만 감수한다면 세상이 절망의 미래로 치닫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보편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찬사를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장 널리 사랑 받아온 약초들의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理想(이상)


신동엽, 「시인정신론」

시인이란 인간의 원초적, 귀수성적 바로 그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시는 궁극에 가서 종교가 될 것이라고. 철학, 종교, 시는 궁극에 가서 하나가 되어 있을 것이다. 과학적 발견 ㅡ 자연과학의 성과, 인문과학의 성과, 우주 탐험의 실천 등은 시인에게 다만 풍성한 자양으로 섭취될 것이다. (중략)  거두어들일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을 기다려, 거두어들여 하나의 열매로 뭉쳐놓을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을 기다려 인류는 5천년간 99억의 인종들을 구사하고 시험하여 산간과 들녘에 백화만초로 피어 있게 흩어놓았던 것이다. 백화만곡의 흐드러지게 쏟아져 썩는 자리에서 유구하고 찬란한 내일의 꽃은 피어날 것이다.

Notes
Head: Bergamot, rosemary, star anise
Heart: Bulgarian lavender, clary sage, wild marjoram, immortelle, linden blossom
Last: Incense, sandalwood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사람들, 시대의 소명을 외면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좋은 시절은 옵니다. 민족의 화해와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소망했던 시인 신동엽은 내 것이 아니어도 좋을 ‘꽃 피는 봄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가 타협하지 않았던 이상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봄꽃과 향긋한 약초가 아름답게 흐드러진 들판의 이미지를 그려 보았습니다.





숲의 정경 Waldszenen

2020. 6. 6 - 2020. 6. 30



전시 서문

어쩌다산책의 2020년 6월 기획 <감각의 박물학>에 참여하는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의 “숲의 정경(Waldszenen, Op.82)”에 대한 오마쥬 작업으로 향기 전시를 준비하였습니다.
유럽의 낭만주의는 19세기 전반, 독일의 비평가 슐레겔(Karl Wilhelm Friedrich Schlegel, 1772-1829)에 의해 대두되었습니다. 낭만주의는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와 도시화에 짓밟힌 생명의 존엄, 그리고 타락한 영혼을 회복하기 위해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인류 기원의 비밀을 품은 ‘숲’으로 돌아가 우리가 망각한 고유의 선한 본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슈만이 활동했던 당시 독일의 예술가들에게 숲은 초자연적 힘에 의해 지배되는 신비로운 장소,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그곳에서 인간은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게 할 희망을 되찾고, 새로운 이상을 꿈꿀 수 있었죠.
슈만에게 음악이란 피폐한 일상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개였으며, 음악가는 악보 위에서의 공허한 기교로부터 벗어나 고귀한 정신의 세계로 청중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850년 8월에 출판된 “숲의 정경”은 슈만이 당대의 낭만주의 문학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한 9개의 피아노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숲을 모험하면서 마주하고 경험하는 것들을 주제로 합니다. 각각의 곡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쳐내지만, 음악의 형식으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통일성 있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또한, 모티브로 삼은 원작의 내용은 곡의 제목 정도로 단서만 남겨 두어 청중으로 하여금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하였습니다.
낭만주의에 대한 이야기에서 ‘숲’을 ‘우주’로 바꾸어 읽는다면, 19세기 독일의 지식인들이 세계에 대하여 품고 있었던 문제의식은 그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서사가 될 것입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영민했던 감각과 자애의 정신을 망각한 채 피폐한 물리적 삶을 이어가는 우리가 되찾아야만 하는 ‘인간다움’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아홉 가지의 향기에 담았습니다. 슈만의 화성 언어를 반영하여 각각의 블렌드는 독립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하나의 서사로 꿰어지는 단서가 되는 노트를 공유하도록 하였습니다. 별의 일부인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우주적 존재임을 깨닫고, 우주적 관점에서 모든 관계 맺음에 담긴 기적과 같은 의미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의 삶을 경험하게 할 미지의 세계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함께 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LIST OF WORKS


1. Eintritt (숲의 입구) – ASTRONAUTS
Notes: Lemon balm, lime, bergamot, rosemary, eucalyptus, petitgrain, vetiver, oak moss absolute
숲이라는 우주로 들어서는 길 위에서 생각해 봅니다. 감각으로 상응하는 세계에서 예측 가능한 것이란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몇 초 뒤에 펼쳐질 미래에 대하여서도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섬뜩한 진리는 인간에게 ‘안정’이라는 허상을 짓고 마음을 의탁하게 하지만, 숲을 향하기로 한 우리는 감각이 영혼과 동행하는 ‘삶’이라는 이 찰나의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야만 할 것입니다. 이 길의 끝에서 무엇을 만나게 되든 말이죠.

2. Jäger auf der Lauer (숨어 기다리는 사냥꾼) – ANOMALIES
Notes: Tarragon, white sage, violet absolute, immortelle, juniper berry, rosemary, ylang ylang, cardamom
세상의 일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다고 믿어온 것들을 매일 아침 새롭게 눈 뜨며 내려놓을 수 있다면, 낯선 것에 대한 편견과 공포로부터 영혼을 지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내려놓음’의 용기는 존재의 밀도를 높게 하고, 삶의 모든 순간을 아름다운 모험으로 만들어 줍니다. 뜻밖의 변수와 예측하지 못한 위기 앞에서도 총명함을 잃지 않을 수 있게 합니다.

3. Einsame Blumen (고독한 꽃) – RALITIVITY
Notes: Lemongrass, jasmine sambac absolute, narcissus absolute, rock rose, ylang ylang, patchouli
우리는 우주라는 광활한 좌표 위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고독한 꽃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기에 누군가와 마주선다는 것, 함께 춤을 춘다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을 증명합니다. 낮과 밤이 서로의 의미를 밝히듯, 고독을 삶의 일부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 또한 더욱 빛날 것입니다.

4. Verrufene Stelle (저주받은 장소) – GRATITUDES
Notes: Black pepper, dill seed, bitter orange, cypress, hinoki, French lavender, patchouli, palo santo
불행이 느닷없이 찾아와 삶을 뒤흔들어 놓았을 때 우리의 영혼은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비관의 열기에 녹아 소멸하기도, 그 열기와 하나가 되어 비참하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존재의 이유를 더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날에는 숲을 찾아갑니다. 고통 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한 숲은, 저주마저도 감사와 축복의 씨앗으로 빚어 미래에 전해두는 숭고한 생명력을 일깨워 주니까요.

5. Freundliche Landschaft (정다운 풍경) – DISTANT MEMORIES
Notes: Osmanthus absolute, tuberose absolute, Siam benzoin, bitter orange, yuzu, sandalwood
무한의 우주 속으로 흩어져 아무렇게나 부유하고 있을 아련한 추억들을 틈틈이 엮어 봅시다. 스스로의 역사를 기록하는 행위는 우리를 시간의 차원에 존재하도록 합니다. 물리적 세계의 속박을 뛰어넘어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만, 영원하지 않아도 그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눈 감는 순간 오직 내 것이었던 정다운 풍경들을 눈앞에 펼쳐낼 수 있다면 말이지요.

6. Herberge (여인숙에서) – TOGETHERNESS
Notes: Hemlock spruce, fir needle, Siberian pine, Virginian cedarwood, sandalwood, pine tar, frankincense
인생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우리는 어둠이 내려앉은 숲 속에 자리한 여인숙에서 만났습니다. 저마다의 길 위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 어느 전설적인 선구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이 밤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삶이라는 고독한 여정에 ‘함께’라는 이름의 온기가 감돕니다. 여인숙의 화롯가는 혹한의 밤에도 따스합니다.

7. Vogel als Prophet (예언하는 새) – LOOPS OF LOVE
Notes: Saffron absolute, white lotus absolute, lavandin, angelica root, frankincense, opopanax myrrh, agarwood
나의 오늘은 지나온 날들의 한 단면이며, 언젠가 마주할 미래의 한 단면입니다. 손 닿지 않을 곳으로 사라지고 만 듯한 과거는 오늘에 의해 여전히 새로운 의미의 싹을 틔우고, 무한한 경우의 수로 펼쳐져 있는 미래에의 길은 오늘에 의해 무한히 열리고 또 닫힙니다. 그렇게 공존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평화의 춤을 출 수 있도록 하는 힘은 오직 사랑입니다.

8. Jagdlied (사냥꾼의 노래) – MY OWN MYTH
Notes: Rose absolute, rosewood, blue cypress, white cognac, allspice, opopanax myrrh, patchouli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으며 많은 곡절을 겪으셨을 것입니다. 메아리 없는 외침에 지쳐 쓰러졌던 날도, 더는 아침의 빛을 마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에 휩싸인 날도 있었겠지요. 의연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고 원망했던 시간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모든 것은 환영이었습니다. 오직 긴 고통의 세월을 이겨낸 당신이 존재할 뿐이지요. 이제는 미뤄 두었던 칭찬의 말을 자신에게 들려주세요. 가장 아껴주어야 할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했던 과거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이제는 당신만의 신화를 노래하세요.

9. Abschied (작별) – WHITE DWARF
Notes: Bourbon geranium, pink grapefruit, lemon balm, rose absolute, ginger lily, Virginian cedarwood, vetiver
우리는 탄생의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해갑니다. 감각의 세계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이 진리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소멸’에 대한 사유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존재에 대한 사유가 되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만남에도 그렇게 헤어짐이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기쁨으로 채우며 아름답게 나이 들어갑시다. 그리하여 죽음의 이름으로 육체의 구속으로부터 영혼이 해방되는 날, 우리가 의미 있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OPUSCULE Collection

OPUSCULE 컬렉션은 일상에 깊이 스민 아름다운 단상, 영원이 된 순간을 향기로 기록하는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조향사 소피의 개인적인 작업입니다. 작업은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판매의 목적이 아닌 일상을 공유하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블렌드가 대부분입니다.


I love all natural colors, but no artificial ones.


Notes
Head: Ocean pine, rosemary, hay absolute 
Heart: Juniper berry, silver fir, ho wood, tarragon, agarwood absolute
Last: opopanax myrrh, frankincense, cedarwood, palo santo 


자연의 빛깔을, 그 가운데에서도 한반도 겨울 풍경의 빛깔을 사랑하셨던 윤형근 화백(1928-2007)의 에세이에서 영감을 얻고 제목을 인용하여 작업한 I love all natural colors, but no artificial ones.은 향나무, 소나무, 침향(agarwood)과 건초의 앱솔루트를 골격으로 삼은 블렌드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밤에는 이 향기를 침실에 발향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를 그저 묵묵히 반복했던 어느 화가가 남긴 시간의 켜에 스민 인간의 존엄을 생각해 봅니다.




A ROUGH SEA


Notes Head: Eucalyptus, peppermint
Heart: Siberian pine, silver fir, Bourbon geranium, wild marjoram, white sage
Last: Incense, patchouli, cardamom, sandalwood

겨울바다 | Rachmaninoff, Symphony No. 2 in E Minor, Op. 27: III. Adagio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Mariss  Jansons)
모든 생명을 앗아갈 듯 혹독한 계절 앞에서, 인간을 한없이 유약한 존재로 만드는 대자연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겸허함을 배웁니다. 영혼마저 얼어붙게 할 것처럼 날카로운 파도를 일으키는 겨울바다는 그래서 문명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매혹적인 사유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A ROUGH SEA는 라흐마니노프의 겨울바다를 모티브로, 거센 바람에 숭고한 춤을 추는 파도와 그 물결 위로 부서지는 금빛 노을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FRIEDRICH NIETZSCHE


Notes
Head: Eucalyptus, balsam fir 
Heart: Bulgarian lavender, French lavender, white sage, Bourbon geranium, hinoki
Last: Whitecognac, vetiver root


운명을 초월하는 힘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우주에서, 그 거대한 파동 안에서 우리는 무력합니다. 인생은 좀처럼 뜻한 바대로 흘러가 주지 않고 잠시 뒤의 일에 대하여조차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계산이 불가능 한 경우의 수로 뒤엉키며 이순간을 직조하고, 가능성이라는 문을 쉼 없이 열고 닫습니다. 문명도, 종교도 더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내가 나 답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운명을 개척하려는 태도가 아닌, 주어진 삶을 능동적으로 마주하는 태도에 있을 것입니다. 우주의 무보 없는 춤을 기꺼이 함께 추는 삶을 주제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깊고 건강하게 뿌리를 내린 큰 나 무 한 그루를 향기로 그려 보았습니다. 그 나무는 요란스러운 세속으로부터 초연한 듯하면서도 이 땅에 발 을 굳게 딛고 서 있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그리고, 피로한 세월 속에 망각해버린 순수했던 시절의 우리들이 그 주변을 뛰어놀고 있겠지요.








A HUNDRED YEARS Collection


A HUNDRED YEARS 컬렉션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3대에 걸친 ‘가족’과 ‘개인의 삶’이라는 미시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네 가지의 향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거대한 힘은 우리 모두의 인생과 깊이 연결되어 있고, 누구의 삶에도 저마다가 살아온 시간 이상의 세월이 스며 있습니다. 박물관이나 오래된 책, 유적을 통해서가 아닌 나와 우리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때 과거는 일상의 영역에서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됩니다.



北斗七星


Notes
Head: Jasmine sambac absolute
Heart: Orange blossom, narcissus absolute, tangerine, cedarwood
Last: Patchouli, sandalwood, saffron absolute


북두칠성은 초성(焦星)이라는 호가 운명을 예고하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 빨리 재가 되어버린 별이었던 극작가 김우진(1897-1926)에 대한 마음을 담은 향기입니다. 몇 해 전 여름, 「어린애만 되엿으면」이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우연히 접하고부터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공통점과 연결고리를 발견해 나가면서 그의 삶과 글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물욕도 명예욕도 없는 소박한 꿈 하나 이루기가 그리도 힘들었던 고단한 삶을 살다 간 그가 다음 생에는 부디 세상이 미처 알아볼 준비도 되기 전에 스스로를 다 태워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초성이 아닌 북두칠성이 되어 오래도록 아름답게 빛나며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길을 의탁할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향기는, 극작가 김우진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아시는 분들이 으레 그려보고 떠올릴 수 있을 이미지와 대조적인 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밝고, 따스하고, 부드럽고 감미롭습니다.


德壽宮美術館


Notes
Head: Eucalyptus, white sage
Heart: Black spruce, balsam fir, ginger lily, rosemary, hinoki
Last: Cedarwood, palo santo, incense, opopanax, myrrh, angelica root, patchouli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길이 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서울에서, 한 가족이 3대에 걸친 층위의 기억을 쌓을 수 있는 거리와 공간을 가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듯합니다. 덕수궁미술관은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소중한 장소입니다. 대한제국 사람이었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늦둥이 아들로 전쟁 중에 태어난 아버지, 그 아버지가 늦게 결혼해 낳은 딸인 제가100여 년의 세월에 걸쳐 즐겨 찾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죠. 德壽宮美術館에는 이왕가미술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으로 불리기까지의 세월을 먹고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마룻바닥, 오래된 캔버스와 유화 물감 위에 내려앉은먼지의 냄새, 고아한 자태로 미술관을 둘러싼 침엽수의 향기를 담았습니다.

덕수궁미술관이 저에게는 서울에서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으로의 교통편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항상 고려할 만큼, 살 집을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니까요. 일을 쉬는 날이면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나와 전시를 보고, 궁궐을 산책하고, 대학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정동의 카페에서 커피를한 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곤 하죠. 열 살을 더 먹어도, 그리고 열 살을 또 먹어도 저의 휴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希望歌


Notes
Head: Spanish sage, parsley seed
Heart: Orange blossom, ylang ylang, Douglas fir, hinoki, black pepper, rosemary, oregano
Last: Sandalwood, patchouli, saffron absolute

희망가는 외할머니가 자장가 대신 불러 주시곤 했던, 그렇게 할머니의 목소리로 배운 노래에 담긴 오랜 추억을 모티브로한 향기입니다. 하얼빈에서 자란 할머니는 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와 할아버지를 만났고, 한복집을 운영하며 다섯 남매를 훌륭히 키우셨습니다. 노년에는 신부님이신 큰외삼촌 곁에서 식복사로 일하며 사제관 살림을 도우셨
지요.
어린 시절, 저와 동생은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을 떠나 외삼촌이 계시는 시골 성당의 오래된 사제관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시골 아이들과 함께 마을의 개울가에서, 성당 앞 숲길에서 어울려 노는 녹음 짙은 시간은 언제나 아쉽게 흘러갔고, 선풍기 바람마저 더운 길고도 긴 여름밤은 언제나 부지런히 찾아왔습니다. 겨우 열 살 남짓의 활기 넘치는 어린이였던 제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할머니는 평생에 걸쳐 즐겨 부르신 노래였던 희망가를 자장가 대신 불러주셨습니다. 할머니가 그 즈음의 제 또래였을 나이에 겪어야 했던 하얼빈의 혹독한 겨울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면서요.
희망가에는 할머니가 그 척박한 시절에도 잃지 않았던 꿈들, 할머니의 고운 목소리가 오래된 유행가의 선율을 타고 전해지던 그 숱한 여름밤의 기억을 담았습니다. 할머니는 첫 손주가 고생을 많이 했던 당신과는 달리 좋은 시절을 만나 곱게만 살아가기를 바라셨지만, 저는 스스로가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의 맏딸인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희망가의 가사 일부를 적어 둡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 다시 꿈 같도다



靑梅

Notes
Head: Mimosa absolute, narcissus absolute, jasmine sambac absolute
Heart: Linden blossom, petitgrain, immortelle, orris root concrete
Last: Sandalwood, saffron absolute, peru balsam


겨울의 끝자락에 부지런히 피어나는 매화는 결코 짙은 향기와 화려한 자태로 시선을 끌지 않습니다. 말의 무게를 아는 오랜 선비의 담백한 글처럼, 문득 온화한 기운이 감도는 바람을 타고 코끝을 은근하게 스쳐가지요. 녹록하지 않은 계절에 꽃을 피워야 하는 운명을 요란하지 않게 마주하는 매화의 품위는,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가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하여 울림이 큰 영감을 줍니다. 이 땅의 매화를 사랑했던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당신들의 인생을 살아가신 태도와 방식은 오늘의 우리에게서 같지만 다른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인간이기에 마땅할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고 겸허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기품이 있는 청매의 향기를 모티브로, 청명한 하늘처럼 맑으면서도 달콤한 꿀의 노트를 품고 있는 발사믹한 톤의 꽃 앱솔루트들을 블렌드 하였습니다.
 







ANCIENT GARDEN Collection




MOSS GARDEN


Notes (Mossy Green Type) 
Head: Balsam fir, rosemary
Heart: Oak moss, pine needle, Hemlock spruce, orange blossom
Base: Sandalwood, patchouli, vetiver, white lotus absolute

잊혀진 정령들의 숲
고대의 전설을 주제로 한 어느 애니매이션의 모티브가 되었을 것만 같은 낯설고 신비로운 숲, 꽃과 풀과 나무와 돌의 정령들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은 원시의 숲을 그려 봅니다. 짙은 초록빛 향기의 MOSS GARDEN에는 전통적인 냉침법으로 추출한 이끼 앱솔루트가 가득 담겼습니다. 이끼로 뒤덮인 초여름 숲에 깃든 생명의 기운을 만끽하며 영롱한 밤하늘의 별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장면을 모티브로 삼은 블렌드입니다. 농도 짙은 잔향을 오래 남기는 이끼의 향취와 함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세요.



NOCTURNAL GARDEN


Notes (Powdery Floral Type)
Head: Jasmine sambac absolute, mimosa absolute, narcissus absolute
Heart: Tuberose absolute, white lotus absolute, white cognac
Last: Vanilla absolute, sandalwood, patchouli, vetiver

오래된 밤의 정원
NOCTURNAL GARDEN에 가득 블렌드 된 수선화, 월하향, 자스민, 백수련, 미모사가 온화한 바람이 감도는 밤의 정경을 부드러우면서도 관능적인 색채로 물들입니다. NOCTURNAL GARDEN과 함께하는 오늘이라면, 일상의 시름을 잊고 감미로운 꿈길로 향할 수 있을 거에요. 늦봄의 밤에 피는 향긋한 꽃들이 은하수처럼 흩뿌려진 오래된 정원에서 달콤하게 숙성된 과일주 한 잔을 마시는 장면을 그려 보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기와 깊이를 더하는 플라워 앱솔루트만으로 블렌드 된 NOCTURNAL GARDEN을 벗 삼아,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슬로우 모션으로 기억해 주세요.






ACADEMIA Collection


‘사유의 즐거움’을 주제로 하는 ACADEMIA는 2013년에 시작되어 2016년에 완성된 수토메 아포테케리 최초의 컬렉션으로, 보다 나은 삶을 구축하는 데에 좋은 영감이 되는 생각들을 심리학적 아로마테라피의 방법론에 기초하여 향기로 담아냅니다. 대중성 또한 고려한 블렌드의 제품들로 구성되어, 인공적인 향기에 익숙한 소비자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갑니다.



DIALOGUE


Notes
Head: Eucalyptus
Heart: Pine needle, hinoki, rosemary, juniper berry
Last: Nutmeg, cardamom, vetiver root


사유의 숲에서 나누는 대화
우리는 대화를 통해 사유를 발전시키고, 지혜를 나눕니다. DIALOGUE는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인 <논어>를 모티브로, 고전을 통해 펼쳐지는 사유의 숲에서 현대인이 망각한 대화의 향기를 되찾아 나가도록 합니다. 오염되지 않은 침엽수림을 연상케 하는 익숙한, 그러나 아득히 멀어져버린 자연의 향기가 언제 어디에서든 상쾌함을 가슴 깊이 전합니다.
 

FASCINATION


Notes
Head: Bitter orange flower absolute
Heart: Balsam fir, hinoki, silver fir, immortelle
Last: Patchouli, nutmeg


묵향(墨香)
벼루에 물을 떨구어 먹을 가는 행위를 모티브로 한 FASCINATION은 먹의 농담만으로 공간의 깊이를 표현하고, 계절의 색채를 표현하는 수묵화의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마른 흙의 냄새, 촉촉히 젖은 돌의 향기, 비가 지나간 가을 숲의 향기 등 절제된 시각적 아름다움 이면으로 펼쳐지는 센슈얼한 감각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는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향기입니다.


SYPMPATHY


Notes
Head: Cistus
Heart: French lavender, petitgrain, bergamot (cold pressed)
Last: Oak moss absolute, frankincense, opopanax myrrh


공감의 힘
자연으로의 여행은 우리에게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고산지대의 여름 새벽녘 풍경을 모티브로, 상쾌하면서도 촉촉한 안개가 자욱한 숲길을 걷는 고결한 시간의 정서를 담았습니다. 이슬을 가득 머금은 잔디와 이끼, 이름 모를 풀들을 연상케 하는 초록빛의 향기가 세상을 대하는 다감하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합니다.


EPIPHANY
Notes
Head: Eucalyptus, peppermint
Heart: Rosemary, white sage, French lavender, German chamomile
Last: Vetiver root, cedarwood Atlas


마법이 일어난 순간

일 년 중 바람이 가장 온화한 5월의 오래된 정원에 여우비가 지나가는 장면을 모티브로, 향긋한 허브와 강력한 흙의 기운을 담은 EPIPHANY는 인생의 결정적인 장면을 만나기 위해 일상의 매 순간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부지런함,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영민함을 이야기합니다.



COMFORT

Notes
Head: Star anise, cardamom
Heart: Tangerine, ho wood, immortelle
Last: Sandalwood


영혼의 안식처

마음 안에서 영혼의 안식처를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수행의 과정을 모티브로 한, 따뜻한 체온과 숨결을 닮은 향기입니다. 인간은 가족과 사회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갑니다. 그런 탓에 우리는 쉽게 타인에게 의존하려 하고,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려 하죠. 하지만 결국 우리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윤택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곳은 내 마음 어딘가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과 함께, 영혼의 집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SIMPLICITY

Notes
Head: Red pepper, parsley seed
Heart: French lavender, hinoki, kusunoki, ho wood
Last: Sandalwood, cedarwood Atlas, patchouli


미니멀리스트의 일상

살림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에는 그리 많은 재화가 필요치 않습니다. 오래 신을수록 멋스러워지는 편안한 신발 몇 켤레, 세탁이 편한 청바지와 셔츠, 좋은 그릇, 오래 두고 보는 그림, 그 소박한 살림에 멋을 더하는 좋은 향기와 음악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존재감이 빛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향기로운 것들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모티브로, 싱그러운 허브와 나무의 향기를 머스키한 톤으로 풀어냈습니다. 클래식한 듯 모던한 매력을 가진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입니다.



PASSION

Notes
Head: Pink champaca absolute, jasmine sambac absolute
Heart: Geranium, lemon balm, Tasmanian lavender
Last: Vetiver root, cedarwood Atlas


고결한 열정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열정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한 끝없는 열정을 모티브로 파워풀하면서도 다정하고 고운 목소리를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햇살이 눈부신 나라의 꽃과 풀, 긴 겨울밤을 이겨내는 나무들의 기운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화려한 듯 은근하게 스미는 향기를 만들어냅니다. 자스민과 참파카, 베티버 등 아시아의 고대 문명과 종교에서 수많은 신들과 구도자를 상징했던 향기들을 블렌드하여 보편적인 인류애를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열정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REASON

Notes
Head: Cardamom, nutmeg
Heart: Virginian c edarwood, Douglas fir, Hemlock spruce, black pepper, red pepper
Last: Sandalwood


고전의 향기

철학의 고전을 읽고 사유하는 일상은 숲을 관찰하고 가꾸어 나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유일한 능력인 ‘사유’는 삶을 잠식하는 망각과 절망의 늪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합니다. 당신이 내일에의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것은 고전의 향기가 당신을 부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숲이 잠시 쉬어가라며 당신을 부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GRACE

Notes
Head: Rose absolute
Heart: Geranium, rosewood, ho wood, St. John’s wort, immortelle
Last: Sandalwood, patchouli


대지의 여신

모든 생명의 기원을 모티브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꽃과 나무와 풀을 블렌드 하였습니다. GRACE는 장미꽃 한 다발을 안고 그 안에 코를 파묻었을 때의 이상적인 싱그러움을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연상케 합니다. 세속의 것이 아닌 듯 초연하게 아름다운 GRACE의 향기는 진정한 우아함은 꾸며진 몸짓과 겉모습이 아닌 부드러운 마음과 겸허한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HUMILITY

Notes
Head: Juniper berry, silver fir
Heart: Ho wood, pine needle, black spruce
Last: Vetiver root, nutmeg, frankincense, patchouli


겸허한 마음
생명에 대한 겸허함을 잃은 현대 인류에게 남은 것은 방향을 잃어버린 증오, 재앙에 가까운 환경 오염,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죄의식입니다. 이 향기의 모티브가 된 라파엘로의 <초원의 성모>에서 마리아는, 중세 천 년 동안 그녀가 금박으로 치장된 위압적인 권좌에 앉아 있었던 것과는 달리 우리가 디디고 선 땅과 같은 곳에 맨발을 드러낸 채 앉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동시대의 에피스테메에 갇힌 선입견에 의한 폭력을 멈추어야 합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는 그 메시지를 가장 낮은 곳, 생명의 기원, 라파엘로의 성모가 발 디딘 흙의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PEACE

Notes
Head: Rose absolute, pink grapefruit
Heart: Geranium, tangerine, sage, palmaros, ho wood
Last: Sandalwood


비 내리는 장미 정원
단비에 촉촉하게 젖은 5월의 장미 정원을 모티브로, 흐드러진 장미꽃과 향긋한 약초들이 비를 맞아 흙의 기운과 함께 농도 짙은 생명의 기운을 발산하는 풍경을 담았습니다. 순간의 빛을 품은 아름다운 꽃과 풀의 향기를 하나의 블렌드에 균형 있게 담아 더 바랄 것 없는 평온함을 표현하였고, 익숙한 듯 매혹적인 노트를 펼쳐내며 후각적 만족감을 높입니다.


HAPPINESS

Notes
Head: Lemon, lime, bergamot (cold pressed)
Heart: Bitter orange flower absolute, pine needle, fir needle, cypress, hinoki
Last: Oak moss absolute, vetiver root, patchouli


일상의 빛
다감한 비와 온화한 햇살이 산란하는 한여름의 과일나무 숲처럼 즉각적으로 행복감을 선사하는, 일상 가까이에서 숨 쉬는 행복의 기운을 향기로 표현했습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그리는 행복은 도달해야 하는 어느 먼 지점이 아닌, 매 순간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처럼 가까이에 있습니다. 언제나 웃음짓게 하는 풋풋했던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오래된 앨범, 유난히 지친 하루의 끝에 만나는 아름다운 노을, 국 한 그릇과 반찬 몇 가지로 든든한 밥상처럼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정의하는 행복은 오직 일상 가까이에 있습니다.






墨香

묵향 컬렉션은 자연스러움을 세련되고 담백한 미학적 언어로 표현해 낸 조선 수묵화와 도자를 영감의 원천으로, 한반도를 물들이는 뚜렷한 사계절의 아름다운 정취를 담아냅니다. 네 가지의 향기에는 공통적으로 ‘벼루 위의 먹’을 연상케 하는 노트가 관통합니다. 절제미의 향연과도 같은 은근한 담채로 생기를 표현하고 먹의 농담으로 세상의 이치를 시각적으로 재현해 내는 수묵화가 자연의 향기와 만나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SPRING

Notes
Head: Lemon balm, bergamot (cold pressed), rosemary
Heart: Bitter orange flower absolute, white sage, tarragon, hinoki, tea tree
Last: Vetiver root, frankincense, cedarwood


봄나물 캐기(공재 윤두서, <채애도 採艾圖>
이윽고 봄이 오면 대지는 혹독한 겨울을 고요히 버텨내며 응집해 두었던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를 폭발하듯 발산합니다. 그 향기와 그 기운을 우리는 일상에서 봄나물을 통해 몸과 마음에 들이죠. 모든 생명을 앗아갈 듯 매서운 추위가 지나간 다음에야 경험할 수 있는 이 기적은 고결한 새 희망의 향기이기도 합니다.




SUMMER

Notes
Head: Rosemary, lime
Heart: Basil, summer savory, pine needle, bitter orange flower absolute
Last: Nutmeg, vetiver root, patchouli, sandalwood


차경(借景)의 미학(정조대왕, <파초>)
습하고 무더운 여름, 마당에 심어 놓은 굵고 넓은 파초잎 위에서 증폭되어 들려오는 빗소리는 에어컨의 냉기보다 시원한 색채로 절정의 녹음 가득한 짙은 초록빛 여름을 그려냅니다. 우리의 전통 건축에 스민 ‘차경(借景)’과 그 어우러짐의 미학은 일상 속 관념적 취미가 얼마나 자연 친화적이고 또 세련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름은 그 유희가 가장 눈부신 빛을 발하는 계절입니다.




AUTUMN

Notes
Head: Rose absolute, pink champaca absolute, white grapefruit
Heart: Bourbon g eranium, ylang ylang, jasmine sambac absolute, balsam fir
Last: Vetiver root, patchouli, sandalwood


중년 화가의 농익은 화법 (겸재 정선, <도봉추색도>)
모든 계절이 아름답지만, 마음을 뜨겁게 일렁이게 하는 가장 화려한 시절은 아마도 늦가을이 아닌가 합니다. 산과 들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한 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던 중년 화가의 자유롭고 농익은 화법, 한 시대를 풍미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지막 무대에서 퇴장하는 노배우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치열했던 젊음을 안고 눈부시게 저무는 해, 저무는 계절, 저무는 인생은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WINTER

Notes
Head: Eucalyptus, peppermint, hinoki
Heart: Rosemary, kusunoki, fir needle, black spruce, Siberian pine
Last: Vetiver root, patchouli, sandalwood, cardamom


눈 속에 핀 매화를 찾아 나서는 여정(현재 심사정, <파교심매도>)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그리는 겨울의 이미지에서 설경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아름다운 장애물들을 상징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고독하고 치열한 한 걸음 한 걸음 끝에 눈속에서 발견한 꽃은 그래서 매혹적인 깨달음을 의미하죠. 지혜를 얻는 과정은 그렇게 어렵고, 또 지극히 탐미적입니다.





DATE SCENTS

DATE SCENTS 프로젝트는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조향사 소피의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기계 문명과 자본주의가 생명의 존엄을 잠식한 세계에서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고 또 지키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미술가 온 카와라의 <Date Paintings> 시리즈를 오마쥬한 작업입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매일의 단상을 특정한 형식과 주제 없이 기록한 글, 그리고 이 글들을 모티브로 한 매일의 블렌드를 엮은 작업입니다. LE MYTHE DE SISYPHE는 이 작업을 마무리하며 정의한 삶과 노동의 의미를 담은 향기입니다. 



LE MYTHE DE SISYPHE


Notes
Head: Douglas fir, white sage, ginger lily
Heart: Bulgarian lavender, French lavender, orange blossom, grapefruit
Last: Sandalwood, saffron absolute

“인간의 창조에는 신비가 없다. 의지가 곧 기적을 이룬다.”
ㅡ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중에서

자생력이 강한 꽃과 허브, 나무의 오일들을 블렌드하여 부조리에 저항하는 긍정의 힘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 허무에 지지 않는 삶에의 의지를 연마해 가는 생활을 그렸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라벤더와 오렌지꽃이 골격을 이루고 있는, 매일 사용해도 물리지 않는 싱그러우면서도 편안한 허벌 계열의 향기입니다.